GPS 이야기

언제나 서두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저는 이쪽으로 전공자가 아닙니다. 그저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 알고있는 눈꼽만한 지식에 불과합니다.

 

먼저 GPS라는 명칭부터 시비를 걸어볼까요?

보통 GPS라고 부르는 것의 정식 명칭은 GNSS(Global Navigation Satelite System)입니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위성을 이용한 범 지구적 방향 안내 시스템” 또는 “위성 항법 시스템”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 이름은 마치 조미료와 미원의 관계와 같습니다. 미원은 MSG가 듬뿍 들어간 조미료의 브랜드 이름입니다. 즉, 미원 그룹에서 만든 조미료의 이름이 “미원”이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미원이 원체 유명하고 시장을 휩쓸다보니 사람들이 “조미료 넣었니?”라고 말하지 않고 “미원 넣었니?”라고 말하게 된 것이지요. 고유명사의 보통명사 화가 된 것입니다. 이런 예는 많습니다. 호치키스도 스태이플러를 만드는 회사의 이름이구요, 아직도 미국에서는 복사했니? 라고 물어 볼 때 “copy했니?” 라고 물어보지 않고 “xerox했니?”라고 물어보는 사람들 많습니다. 제록스가 복사기로 워낙에 유명한데다 당시에 복사기라고는 제록스 밖에 없었으니 자연스럽게 복사 = 제록스 가 된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처음 GNSS 가 생겼을 때 GPS 밖에 없었으므로 GNSS = GPS 가 되어 GNSS를 GPS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새는 통칭이고 이 새라는 통칭 아래에 참새도 있고 비둘기도 있고 한 것처럼 위성 항법 시스템이 통칭이고 그 아래 GPS라는 위성 항법 시스템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GPS 말고도 다른 위성 항법 시스템도 있다는 말? 네. 그렇습니다. 아래와 같이 무려 5종류나 있습니다.

  • GPS (미국의 위성)
  • Glonass (러시아 위성)
  • Galileo (유럽 연합 위성)
  • Beidou (중국 위성)
  • QZSS (일본 위성)

 

GPS는 미국이 군사용으로 쏘아 올린 위성입니다. 24개의 위성으로 지구 전역을 커버하며 고장을 대비한 백업용으로 6개 해서 모두 30개의 위성이 있습니다. 24개의 위성이 있는 이유는 지구 전역을 커버하기 위해 모두 6개의 지구 공전 궤도를 가지고 있는데 한 궤도당 4개씩 해서 모두 24인 것입니다. 즉, 지구를 6개의 궤도로 감싸 돌면서 각 궤도 당 4개씩 위성을 배치하면 어떤 위치라도 음영 지역 없이 최소 4개 이상의 위성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4개가 최소인 이유는 위성이 위치를 잡는 방법이 시간을 이용하는데 이때 최소한 3개의 위성을 사용해서 시차 계산을 하면 위치를 산출 할 수 있고 나머지 하나는 그렇게 산출한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처음 GPS는 군사용이었습니다. GPS 이전의 폭격은 융단 폭격이었습니다. 미사일이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으니 대충 범위를 정하고 그 지역 전체를 폭격하는거죠. 그러다보니 민간인의 피해도 많아지고 해서 정밀 폭격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해서 군사용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그 시스템 전체의 이름을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GPS가 위치 잡는 용도죠? 지금은 발사되는 모든 미사일이 GPS의 인도를 받아서 해당 지역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군사용으로 개발된 이 GPS가 민간에게 개방된데는 우리나라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을 출발한 대한항공 보잉 747 여객기가 1983년 9월 1일 새벽에 당시 구 소련 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승객 269명은 전원 사망했습니다.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는 군사용이었던 미국의 GPS를 사용 할 수 없었고, 항로를 이탈하여 구 소련 영공으로 진입했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이 같은 참사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미국의 GPS중 일부 기능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1983년 이전의 여객기가 내비게이션 없이 비행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죠?

 

이렇게 해서 지금 GPS는 지구인 모두가 사용하는 시스템이 되었습니다. 자동차에서부터 휴대전화까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죠.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GPS가 한가지 정치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소유자가 미국이라는 것이지요. 만약에 전쟁이라도 나면 미국은 러시아 전체를 한 눈에 보면서 정확하게 미사일을 꽂아 넣을 수 있는 반면 러시아는 깜깜이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에 위협을 느낀 러시아 역시 자동 항법 위성을 발사하기 시작하고 그 이름을 Glonass(GLObal NAvigation Satelite System) 라고 붙입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GPS, 러시아는 Glonass 라는 위성 항법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이지요.

 

아래 그림 보시면 저의 휴대폰에서 잡은 위성들이 보입니다. 미국의 GPS 위성 10개, 러시아의 Glonass 위성 8개를 잡았네요.

 

아래 그림은 각 위성들의 상태를 표시한 것입니다. 신호 강도 등이 표시가 되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신호 강도 우측 컬럼을 보면 체크 표시가 있는데 이때 체크된 위성이 실제로 위치를 산출하는데 쓰인 위성입니다. 즉, 위성은 18개를 잡았지만 그 중 위치 산출을 하는데 사용된 위성은 10개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미국 위성(GPS), 러시아 위성(Glonass) 옆에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 두개의 국기가 보이죠? 각각 중국과 일본입니다. 중국의 자동 항법 시스템의 이름은 Beidou입니다. Beidou는 “북두”의 중국식 발음입니다. 북두칠성의 국자 마지막 두 별이 가리키는 끝에 북극성이 있죠. 일찌감치 뱃사람들의 길잡이 노릇을 했다고 해서 이름을 북두라고 붙였지요. 탁월한 작명입니다. 일본의 자동 항법 시스템은 QZSS입니다. 그런데 이 Beidou와 QZSS는 Global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름도 생소하죠? 그 이유는 우리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Beidou는 중국 지역만 커버하는 위성이고 QZSS는 일본 지역만 커버하는 위성입니다. 일본은 3개의 정지 궤도 위성을 쏘아 올려서 일본 지역만 커버하고 있습니다. 정지 궤도라서 언제나 일본 하늘에만 떠 있는 것이지요.

 

자~ 이제 콧 방귀깨나 뀌는 나라들은 다들 자동 항법 위성 정도는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유럽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죠. 그래서 유럽도 이탈리아의 대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갈릴레오(Galileo) 위성 항법 시스템의 발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스템이 완비되지않아 서비스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이 갈릴레오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도 지분을 내서 참가하고 있습니다.

 

요즘 휴대폰에는 모두 위성 수신기가 포함되어 있죠. 게다가 거의 대부분이 GPS 뿐만 아니라 Glonass도 수신 가능한 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경우는 4S 부터 GPS와 Glonass 동시 수신 기능이 들어갔습니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GPS만 수신하는 아이폰4와 GPS와 Glonass를 동시 수신하는 아이폰4S의 비교 영상이 있습니다. 정밀도 차이가 좀 나죠.

https://youtu.be/Sf08o_j68XA

 

자~ 그럼 우리가 날리는 드론은 어떠할까요?

대부분 드론에 사용되는 위성 항법 장치는 Ublox에서 만든 칩을 사용합니다. ublox는 6시리즈까지는 미국의 위성인 GPS만 수신 가능합니다. 7시리즈(7n)부터 GPS와 Glonass를 동시 수신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장 최신 칩인 NEO-M8 시리즈(M8N, M8Q, M8N)는 아래 링크 보시면 GPS는 물론이고 QZSS, Glonass, Beidou 까지 동시 수신입니다.

https://www.u-blox.com/en/product/neo-m8-series

 

최근에 Align에서 나온 수신기를 보면 GPS/Glonass 라고 써져 있는데, 이 의미는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를 동시 수신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상술이 교묘하죠? 이미 ublox 7시리즈를 채택한 칩 부터는 GPS, Glonass 동시 수신이 가능한데 마치 자신들이 만든 수신기만 GPS/Glonass 동시 수신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죠. 아니 어쩌면 교묘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그렇게 표시되어 있다는 것은 ublox의 구형 칩인 6시리즈의 칩을 쓰지 않았다는 의미를 표시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Glonass는 상태가 안 좋아 안 쓰겠다는 글도 잠시 보았는데, 그러실 이유도 없고 그게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러실 이유가 없는 까닭은 잡히는 위성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위의 아이폰 비교 영상에서도 보았듯이 동시 수신기가 위치가 더 정확합니다), 그게 가능하지도 않은 까닭은 미국 위성 러시아 위성 가려서 수신이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U-blox의 7세대 칩을 사용한 수신기 입장에서는 그저 또 다른 하나의 위성일 뿐입니다.  7세대 칩은 위성을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6세대 칩은 미국의 GPS 위성이 아니면 수신 자체를 못 합니다. 살짝 기술적 표현을 덧 붙이자면 통신 시스템은 네고시에이션이라는 것을 합니다. 통신을 위한 협상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협상을 하려면 언어가 같아야 합니다. 프로토콜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프로토콜이 다르면 협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마치 3G 휴대폰으로는 LTE 신호를 못 잡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궤도상으로 보면 미국의 GPS는 거의 최대로 잡을 때 약 10개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있는 위치에서 현재 지구 다른쪽에서 돌면서 그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비스 중이지요. 그러다가 1개가 반대편으로 넘어가기 전에 1개가 넘어오면 11개도 잡고 그러는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17개 잡았다” 하는 표현 속에는 미국의 GPS 위성 10개 정도 러시아의 Glonass 위성 7개 정도 잡았다라는 것이 숨어있는 것이지요.

 

이상 GPS관련 잡설이었습니다^^

 

P.S.

추가로 좀 더 기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모든 GPS에는 고도로 정밀한 원자 시계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GPS에서 신호를 내 보낼 때 모든 신호에 이 시간표를 꼬리표로 달아서 내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 지상의 수신기는 이 시간표를 받아서 도달 거리를 계산하여 지구상의 한 위치를 산출하게 되는 것이지요.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내가 현재 있는 위치가 부산에서 200Km 떨어져 있다 그리고 광주에서 139Km 떨어져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139Km 떨어져 있다면 각각 부산, 광주, 서울을 중심으로 컴퍼스로 200km, 139km, 139km 짜리 원을 그리면 그 세개의 원들이 만나는 한 점이 대전이 되는 것이지요. 또한 여기에는 아인슈타인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정지해 있는 물체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는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GPS의 정밀도도 형편없어지는 것이지요.

20,000Km 상공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맹신한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오는 도중에 그 전파가 왜곡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태양의 흑점 폭발에 따라서도 지자계 교란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이 GPS를 민간에 개방하겠다고 하고서도 한참 동안은 민간에 뿌리는 GPS 신호에는 잡파를 섞어서 내 보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GPS가 있어도 오차가 100m 이상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클린턴 정부에서 민간에게 제공하는 GPS의 잡파를 없앤다는 선언을 하고 나서부터 비로소 지금처럼 나름 정확한 위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이나 러시아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잘 못 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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