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좌충우돌

색소폰을 연주하시고 약 2년여가 지나면서 자신의 소리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 슬슬 녹음에 관심이 갑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전화를 주시지요.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불쑥 전화를 할 정도면 그 심정이 얼마나 답답했으랴 하는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에서 저는 만족스러운 답을 못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그저 이런 녹음 장비쪽으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얼른 장비 추천해 드리고 “싸게 드리겠습니다” 하면 그만인데 그게 아니다 보니 어떻게든 적합한 세팅을 찾아보려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정확하게 알지 못 하면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시간은 시간대로 깨지고 금전은 또 금전대로 박살납니다.

대체로 전화해서 처음 이야기 하시는 분들의 녹음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아 예 저는 이제까지 혼자서 열심히 연습을 해 왔는데 제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녹음을 해서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그러면 저는 다시 물어봅니다. “정말 그렇게만 하시면 되나요? 자신의 녹음된 소리를 듣기만 하시면 되는건가요?” 이쯤되면 슬슬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니 뭐…… 그러다가 녹음이 잘 되면 연주방에 올리기도 하고……” 설마하시겠지만 그냥 녹음을 해서 자신의 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연주방에 올릴 정도의 장비는 그 수준 자체가 틀립니다. 제가 그냥 녹음을 해서 들어보기만 하는 용도의 제품을 쉽게 말씀드렸다면 아마 그 분은 필시 나중에 투덜거리시면서 장비를 바꾸셔야 했을겁니다.

누구나 녹음을 배우는 처음 과정은 어렵고 힘든 과정입니다. 누구나 좌충우돌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그런 좌충우돌의 과정을 써 볼까 합니다. 그 과정을 보시면 아마도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이라고 짐작되어 저에게 직접 전화를 하셨는데도 마음에 딱 들어오는 답을 못 듣는 이유를 아실 수가 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좌충우돌들을 한번 정리한 것들을 보시면 초보분들이 이런 것들을 가급적 피해 가시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촌쪽에 사시는 김선생님은 색소폰 실력이 어느 정도 붙자 녹음을 한번 시도해 보시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에 컴퓨터는 한대가 있고 컴퓨터에 보니 사운드 카드라는 것도 붙어있습니다. 그 사운드 카드를 살펴보니 마이크 꽂는 곳도 보입니다. 옳다 여기에 마이크를 꽂아서 녹음을 하면 되겠구먼. 어쨋든 녹음을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으로 15,000원짜리 노래방 마이크를 하나 주문합니다. 이게 첫번째 삑사리입니다.

마이크가 집에 도착해서 딱 꽂을려고 보니 잭이 크기가 안 맞습니다. 마이크 잭은 55짹이고 컴퓨터 꽂는 곳은 35잭입니다. 결국 1,000 짜리 55를 35로 바꾸어주는 젠더를 구입합니다. 젠더 1,000원짜리 인터넷 주문하면 택배비가 더 나옵니다. 직접사러 청계천에 나가면 차비가 더 듭니다. 어쨌든 젠더도 왔고 이제 마이크를 컴퓨터에 꽂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녹음은 어떻게 하는거지? 여기저기 수소문 합니다. 곰녹음기라는 녹음 프로그램이 있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다운을 받습니다. 설치를 하고…… 녹음을 시작…… 어 그런데 녹음이 안 됩니다.

뭐야 이거.

그렇습니다. 곰녹음기도 이것저것 뭔가를 맞춰주어야 녹음을 하지요. 어찌어찌 맞춘 다음 녹음을 합니다. 그리고 들어봅니다. 이 순간…… 바로 급 좌절입니다. 아니 이렇게 형편없는 소리가? 마이크를 구입한 것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시작일 뿐입니다. 혹시나 반주랑 같이 녹음을 하면 그래도 소리가 좀 좋게 들릴까? 그런데 어떻게 반주랑 같이 녹음을 하지? 마이크를 반주가 나오는 스피커 앞까지 끌고 갑니다. 그리고 스피커 옆에 붙어서서 반주를 들으면서 마이크에 대고 불어봅니다. 좀 나을려나? 들어보면 무슨 시장 바닥에서 연주하는 소리 같습니다.

어디저기 기웃거려 보니 색소폰에는 색소폰 전용 마이크가 있어야 한다네요. 옳다꾸나 마이크가 후져서 그런거야. 아 놔 그럼 이 15,000원짜리 마이크는 왜 산겨? 거금을 들여 색소폰 전용으로 나왔다는 미국제 또는 오스트리아제 마이크를 삽니다. 연결을 하려고 보니 아 이건 또 꽂는 모양이 다르게 생겼네요. 3발짜리 캐논잭입니다. 또 젠더가 필요합니다. 젠더 1,000원에 택배비 2,500원. 젠더까지 구해서 끼웠습니다. 녹음을 딱 했는데 이건 뭐 아예 녹음 자체가 안 됩니다. 어 뭐가 잘 못 됐나? 예전 마이크로 다시 녹음해 봅니다. 잘 되는데? 거금을 들인 새 마이크는? 여전히 안 됩니다. 아~ 이거 뭐야 이런 불량품을 보내다니. 당장 판매처에 항의를 하려고 전화를 합니다. 판매처가 답하기를 “팬텀 연결 하셨나요?” 팬텀? 이게 무슨 도깨비 같은 소리야? 팬텀이라니…… 알아보니 새로 산 마이크는 팬텀인지 뭔지가 있어야 마이크가 작동을 한답니다. 산 너머 산입니다. 또 팬텀을 구입합니다. 팬텀까지 연결해서 녹음을 해 보니 녹음이 되기는 합니다. 허나 음질은 예전 싸구려 15,000원짜리 마이크랑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마이크가 좋아서 그런지 주변의 잡음까지 몽땅 싸그리 녹음하는 바람에 옆집 개짖는 소리까지 녹음됩니다. 연주 중간에 “멍멍멍…” 도대체 뭐가 문제야?

혹시 사운드 카드가 후져서 그러나? 비싸고 성능 좋은 사운드 카드를 구입합니다. 두번째 삑사리가 나는 순간입니다. 사운드 카드는 사서 장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컴퓨터 열고 집어넣고 그렇다고 또 작동이 되는 것도 아니고…… 뭐 어찌어찌 드라이버도 잡고해서 쓸 수 있게는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녹음을 시도. 에잉~ 이거 뭐야. 하나도 좋아지는거 없잖아.

그리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닌 끝에 녹음을 위해서는 사운드 카드가 아니고 오디오 카드(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깨닫습니다. 컴퓨터의 사운드 카드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달려있는 “컴퓨터 부품”이고 오디오 카드는 녹음을 위해서 만들어진 “오디오 장비”라는 것을 말이지요. 저렴한 가격에 2IN이 가능한 오디오 카드를 하나 장만합니다. 이거 설치하는 것도 또 보통이 아닙니다. 우여곡절이 이어지고 어떻게 어떻게 녹음에 성공을 합니다. 소리가 많이 깨끗해 졌지만 여전히 반주는 정신이 없고 연주는 스튜디오 녹음 보다는 라이브하는 것처럼 어수선 합니다.

이때 쯤 누군가가 이야기 합니다. 녹음을 깨끗하게 하려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하면 안 되고 반주기랑 마이크를 믹서에 연결해서 녹음을 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그렇게 하려면 믹서라는 것이 필요하다고요. 믹서를 장만합니다. 저렴한 베링거 802 또는 1202 정도로…… 믹서가 집에 배달되어 왔습니다. 딱 꺼내는 순간 바로 좌절입니다. 수없이 많은 구멍과 돌리는 스위치들…… 도대체 뭐하는데 쓰는 놈인지 어떻게 쓰는 놈인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따라 온 설명서는 죄다 꼬부랑 글. 어찌어찌 연결에 성공을 합니다. 그리고 믹서를 가만히 보니 거기에 Phantom +48V 라고 떡~ 하니 적혀있습니다. 그걸 누르면 믹서가 팬텀을 공급해 준답니다. 아~ 놔~ 그럼 전에 팬텀은 따로 왜 산거야? 열을 삭히고 녹음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대부분 반주 음량과 연주 음량의 부조화를 겪습니다. “반주는 잘 들어가는데 연주 소리가 왜 이렇게 모기 소리만 하지?” 여러개의 돌리는 것의 기능을 익히고 난 뒤에야 적당한 음량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스피커를 죽이고 헤드폰을 쓰고 녹음을 해야 한다는 노하우도 익힐 수 있겠지요. 녹음 음질도 상당히 양호합니다.

한 동안 그렇게 녹음을 하다가 문득 연주방에 올라오는 곡들은 뭔가 분위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게 뭐지? 노래방처럼 에코를 넣어야 하나? 싸구려 에코 챔버를 하나 장만합니다. 또 삑사리 납니다. 사서 연결하는 것도 또 문제입니다만 어찌어찌 연결은 성공했다 치고 녹음해서 들어보니 연주방 같은 분위기는 커녕 목욕탕이나 어디 유랑 극단 소리 같습니다. 아주 촌스러워서 들어주지를 못 할 지경입니다. 결국 색소폰 연주에는 에코보다는 자연스러운 잔향인 리버브라는 것을 쓴 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알아보니 믹서에도 리버브가 아예 붙어서 나오는 놈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 놈들은 이름 뒤에 FX가 붙는답니다. 그러니까 처음에 믹서를 살 때 1202말고 1202FX를 샀으면 되었을 것을…… 갑자기 자신의 믹서가 꼴도 보기 싫어집니다. 믹서를 리버브 붙은 놈으로 새로 살까 고민 중에 리버브를 만들어 주는 장비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또 구입. 또 연결에 애를 먹고……

이번에는 녹음 프로그램이 곰녹음기는 너무 초보적인 녹음 프로그램이고 녹음을 한 다음에 이것저것 수정도 할 수 있고 소리를 다 이쁘게도 할 수 있는 누엔도나 큐베이스 같은 녹음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어찌어찌 누엔도를 구합니다. 누엔도 설치하고 또 녹음이 가능 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어려움은…… 뭐 말 안해도 아실겁니다. 그리고 녹음을 해 봅니다. 뭐야 똑 같잖아. 그렇지요. 똑 같습니다. 곰녹음기도 오디오카드가 보내주는 디지털 정보를 받아서 녹음을 하고 누엔도도 오디오카드가 보내주는 디지털 정보를 받아서 녹음을 하는데 뭐가 다르겠습니까? 다르게 하려면? 연주 반주를 각각의 트랙에 나누어서 별도로 녹음을 한 다음에 연주에 적당한 프로세싱을 하고 연주와 반주를 합치면 된다나요? 더빙을 하는 것이지요. 그럴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일단 1번 트랙에 반주만 녹음을 하세요. 그리고 그 1번 트랙을 들으면서 연주를 녹음하시고 나중에 합치세요. 그러면 반주기랑 안 맞는데? 그건 반주기는 악보만 보시고 연주는 녹음된 1번 트랙을 들으셔야지요…… 질문과 답이 끝이 없습니다. 결국, 연주 반주를 동시에 하면서도 따로따로 녹음해 주는 방법은 없는겨? 라는 질문에 도달하고 그러면 “예 있습니다. 반주가 좌우 스테레오 해서 2채널이고 연주가 마이크 1채널이므로 최소 3채널 이상 동시 입력이 가능한 오디오 카드를 사시면 되겠네요” “그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오디오 카드로는 안 되는겨?” “예 안 됩니다” 우쒸~ 그럼 이것도 잘 못 산겨?

그렇게 오디오 카드를 4IN이 가능한 놈으로 삽니다. 그러면 이제 반주기랑 마이크 모두 오디오 카드에 연결하고 별도의 트랙으로 깔끔하게 녹음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누엔도나 큐베이스와의 기나 긴 싸움이 남아있겠지요.

아~ 그것만 남은게 아닙니다. 막상 그렇게 세팅을 하고 나니 처음에 샀던 15,000원 짜리 마이크도 남았고, 팬텀 공급 장치도 남았고, 믹서도 남았고, 리버브도 남았습니다. 으아~ 그 돈 다 합치면…… 처음부터 4IN이 가능한 오디오 카드 하나 딱 사고 그 외에 들어 간 돈 몽땅 다 합쳐서 좋은 녹음용 마이크 하나 딱 샀더라면 모든게 끝이었는데 말이지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무엇을 느끼셨는지요?
시행착오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녹음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많은 내용이 아니더라도 약간만 기본적인 것들을 이해하시면 불필요한 많은 시간과 비용의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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